2018년 1월 26일 금요일

굿우드 작전 당시 제503중전차대대 122호 티거2 격파에 관한 잡설

얼마전 Panzersaurs Kez님이 굿우드 작전 당시 격파된 독일 제503중전차대대 122호 티거2에 관한 글을 써 주셨습니다. 유명한 독일 기갑부대 연구자 볼프강 슈나이더의 Tiger in Combat에 소개된 독일과 영국 양측의 주장을 균형있게 소개하면서 분석하는 글 입니다. 자세하게 분석을 해 주셔서 저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는 영국쪽 주장에 손을 들어주는 입장이지만 꽤 복잡한 문제라서 확신은 못 하겠습니다. Panzersaurs Kez님이 좋은 글을 써 주셨으니 저도 몇가지 이야기를 더 하는게 좋겠습니다.(타이젠과 고어맨의 증언은 Panzersaurs Kez님의 블로그에 있으니 이 글에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영국에서 나온 문헌들은 여전히 존 고어맨(John Gorman)의 주장을 강력히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비교적 최신 저작으로 2015년에 나온 Stephen NapierThe Armored Campaign in Normandy, June~August 1944도 존 고어맨의 증언을 신뢰하고 있습니다.1) 다만 고어맨의 증언만 인용할 뿐 참고문헌에 있는 슈나이더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반박하지는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네이피어가 어째서 볼프강 슈나이더의 주장을 기각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굿우드 작전에 관해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저작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이안 대글리시(Ian Daglish)Operation Goodwood에서는 기본적으로 고어맨의 주장에 힘을 실어 서술하면서 동시에 타이젠의 증언을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대글리시는 전투 현장에 독일군 대전차포도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타이젠의 증언도 어느정도는 근거가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2) 
 
제가 잠정적으로 고어맨의 주장을 지지하는 이유는 고어맨의 증언이 시기적으로 더 빠르다는 점 외에도 그가 원래 탑승한 셔먼을 잃고 갈아탄 파이어플라이 승무원들이 고어맨이 이날 전투로 전공십자훈장(Military Cross)을 수여받았을때 반박을 하지 않았다는 점 입니다. 고어맨의 전공십자훈장은 아일랜드 근위연대 제2전차대대가 노르망디 전역에서 처음 수여받은 것 입니다. 고어맨의 주장이 허위라면 수훈 심사과정에서 파이어플라이 승무원들이 충분히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영국군 측에서 해당 전차의 잔해를 조사할 기회가 있었으니 영국군은 고어맨의 주장을 검증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습니다.(저는 개인적으로 영국군의 전과 검증 체계는 독일군과 비슷한 신뢰도를 지닌다고 평가합니다. 미군의 경우는 이들보다 신뢰도가 조금 떨어진다고 보고, 소련군의 검증 체계는 가장 믿을 수 없다고 봅니다.) 
 
503중전차대대사가 영어로 출간되고 볼프강 슈나이더의 연구가 나온 이래 영어권에서도 고어맨의 주장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비판하는 의견이 있습니다. 고어맨에 대한 비판 중 주목해야 할 하나는 그가 말년에 한 주장이 약간 달라졌다는 점 입니다. 고어맨은 말년에 회고록을 냈는데 회고록에 실린 해당 전투의 정황은 다음과 같습니다.3) 
 
원문에서 사용하고 있는 타이거 로얄(티거2)’ 같은 단어는 그대로 옮깁니다. 
 
이제 우리 중대는 상당한 거리를 진격했으며 무전기에서 흘러나오는 단편적인 정보들을 취합해 보니 독일군은 이미 혼란상태를 극복한 듯 했다. 이윽고 우리 앞에 제11기갑사단의 전차 여러대가 나타났다. 대부분의 전차가 피격되어 화염에 휩싸여 있었다. 승무원들은 불타는 탱크에서 전우들을 구출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참담한 광경이었다. 그들을 도울 방법이 없었다. 이날 아침만 해도 쓸모없는 물건이라고 생각했던 궤도식 구급차가 많은 장병의 목숨을 구했다.

제임스 바론(James Baron)에게 최대 속도로 가속하라고 명령했다. 하빈슨(Harbinson) 하사의 전차는 200야드 정도 뒤에 따라오고 있었다. 송전탑을 표지판 삼아 따라가다가 우리 중대의 본대를 발견했다. 우리 중대는 카니(Cagny) 서쪽에서 돈좌되어 있었다. 토니 도먼(Tony Dorman: 중대장)은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계속 전진하라고 격하게 손짓을 했다. 이번 작전의 전략은 샐리스버리 평원과 요크셔 고원에서 했던 기동훈련 처럼 신속하게 돌격해 카니의 동쪽으로 우회하는데 성패가 달려있었다. 도먼이 나에게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생각해서 밀밭으로 전진했다. 밀밭 끝의 생울타리까지 간 뒤 방향을 전환해 생울타리를 따라 나 있는 좁은 길을 따라 이동했다. 우리의 오른쪽에 또 다른 생울타리가 직각 방향으로 나 있었다. 
이 방향으로 들어서자 무시무시한 광경이 펼쳐졌다. 300야드 전방에 한 대의 타이거 로얄이 있었고 그 뒤에는 타이거 세대가 이를 지원하고 있었다. 타이거 로얄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존재인지 잠깐 설명하자. 독일은 전차 생산에서 양보다 질을 우선했다. 그들은 미국의 전차 생산량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두꺼운 장갑과 포신이 20피트에 달하는 88mm 대공포를 단 전차를 설계했다. 그야말로 전쟁 중에 생산된 것 중에서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전차라 하겠다. 이런 괴물이 있다는 정보는 우리도 알고 있었다. 바론 상병과 나는 이럴때 어떻게 할 지 의논한 일이 있었다. 우리는 만약 타이거 로얄을 마주친다면 해군의 충각 전술을 따라서 그냥 들이받아 버리자고 결정했다. 그는 타이거 로얄의 88mm 포탑이 선회속도가 느리니 셔먼의 속력을 이용해 대응하는게 좋다고 동의했다. 좀 미친것 같지만 75mm 포를 단 셔먼으로 대응하려면 이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타이거 로얄의 포탑은 우리 쪽에서 90도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방향은 제2대대 토니 도먼의 전차가 있던 쪽이었다. 우리 전차는 고폭탄을 장전하고 있었다. 내 사수 앨버트 숄리스(Alber Scholes)와 나는 철갑탄은 아무 효과가 없으니 차라리 고폭탄 쪽이 낫다는데 동의했다. 이건 꽤 괜찮은 판단이었다. 바론 상병이 타이거 로얄을 향해 돌진하는 동안 숄스는 50야드 거리에서 적 전차의 포탑에 고폭탄을 명중시켰다. 이 폭발은 좁은 포탑안의 승무원들에게 충격을 줬고 우리가 돌진하는 순간 적 전차장이 포탑 밖으로 머리를 드러냈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을 못하고 어리벙벙한 것 같았다. 다른 타이거 세대의 지원을 받고 있던 타이거 로얄의 전차장은 강력한 장갑의 보호를 받으며 우수한 88mm포로 아군 전차들을 공격하려 하던 중 근거리에 나타난 우리 전차를 쏘기 위해 포탑을 느리게 선회하기 시작했다. 우리 전차는 적 전차의 좌측 후방을 들이받았다. 독일 전차병들은 전차에서 탈출하기 시작했다. 다른 타이거 3대가 우리 전차를 조준하고 있었다나는 탈출하라고 명령했다. 독일군과 우리는 두대의 전차 사이의 좁은 공간에 갇혔다. 
이때 하빈슨 하사의 전차가 생울타리 귀퉁이에서 나타나 용감하게도 타이거 3대를 상대로 전투를 개시했다. 바론 상병이 외쳤다. “어서 피하십시오!” 나는 승무원들을 데리고 생울타리 쪽으로 도망쳤다. 우리는 무성하게 자란 밀밭으로 모망쳐 일단 숨었다. 하빈슨 하사의 전차는 근거리에서 타이거 전차의 명중탄을 맞았다. 우리는 승무원 다섯명이 모두 전사했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 지 의논하고 있는데 불쑥 한 사람이 은신처로 뛰어들었다. 전방 기관총 사수 애그뉴 일병이었다. 내가 탈출 명령을 내렸을때 애그뉴 일병은 해치를 열고 나오다가 적 전차의 사격을 받아 다시 전차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그는 포탑쪽의 해치를 열고 나오다가 몇 사람이 오른쪽 방향의 생울타리로 도망치는걸 언뜻 보았다. 그래서 그리로 따라가 그들이 숨어있던 도랑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타이거 전차의 승무원들이 아니던가. 애그뉴 일병은 독일군들에게 경례를 한 뒤 다시 반대 방향으로 줄행랑 쳤다. 운이 좋아 우리와 합류할 수 있었다.

서부전선에서 마주친 단 한대의 타이거 로얄을 전투 불능으로 만들었지만 승리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뭔가를 하다가 만 느낌이었다. 나는 승무원들에게 숨어서 기다리라고 명령한 뒤 밀밭을 가로질러 400야드 쯤 떨어진 아래쪽의 숲으로 달려갔다. 그곳에서 한대의 파이어플라이를 발견했는데 승무원들이 버린 것 처럼 보였다. 포탑 위로 올라가 안을 들여다 보니 머리가 날아간 워크맨(Workman) 하사의 시체가 포미 위로 쓰러져 있었다. 사수와 장전수는 충격을 받아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내가 전차를 발견하기 전에 타이거 로얄에 명중탄을 맞아 워크맨의 머리가 날아간게 분명했다.

나는 승무원들의 도움을 받아 워크맨 하사의 시체를 치운 뒤 조준경과 페리스코프를 닦았다. 조종수에게 타이거 로얄을 발견했던 밀밭 끄트머리의 생울타리 쪽의 좁은 길로 전진하라고 명령을 내리자 그는 지체없이 전진했다. 그때는 다행히도 타이거의 포탑이 우리를 겨냥하고 있지 않았다. 생울타리에 가까이 다가가면서 속도를 줄였다. 세대의 타이거가 아까 봤던 위치에 있었다. 타이거 로얄과 내가 원래 탔던 발리라게(Ballyraggett)’는 충돌한 채로 멈춰 있었다. 첫번째 목표는 타이거 로얄이었다. 초탄은 너무 높이 날아갔다. 포수가 떨고 있었다. 두 번째 탄이 타이거 로얄을 맞췄다. 그 다음에는 발리라게를 쏴서 적이 회수하거나 조종하지 못하게 했다. 다른 세대의 타이거가 내가 탄 파이어플라이쪽으로 포탑을 돌리고 있어서 생울타리를 따라 100피트 정도 이동한 뒤 다시 적 전차가 보이는 위치로 이동했다. 이때 적 전차의 포탑은 정면을 향하고 있었다. 우리는 네 발의 포탄을 발사했고 이 중 두발이 명중했다. 타이거 한대가 다시 우리쪽으로 포탑을 돌렸다. 사격 위치를 바꾸기 위해 길 쪽으로 후퇴했다.

불타는 셔먼 전차쪽으로 다가가자 구덩이에서 불 붙은 허수아비 처럼 보이는 세개의 형상이 튀어나왔다. 하빈슨 하사와 그의 사수, 장전수였다. 우리는 이들을 셔먼의 엔진 데크 위에 태우고 전속력으로 밀밭을 가로질러 후퇴했다. 연대 구호소를 발견했는데 거기에는 군의관 립만(Ripman) 박사의 의료진이 있었다. 하빈슨과 다른 두명의 승무원은 치료를 받았다. 이날 밤 하빈슨 하사는 성형외과 전문의 매킨도(McIndoe)씨가 있는 링필드의 화상전문병원으로 후송되었다. 하빈슨 하사는 그후 2주 정도 더 생존했으며 그의 어머니와 누나에게 말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신의 50%에 심한 화상을 입어서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다. 셔먼 전차는 워낙 불에 잘 타다 보니 그런 경험을 한 사람이 많았다. 우리는 토미 쿠커라는 스토브로 요리를 하곤 했는데 독일군은 이걸 가지고 섬뜩한 농담을 했다. 셔먼 전차에 토미 쿠커라는 별명을 붙인 것이다.”  
 
고어맨의 증언을 신뢰하지 않는 쪽에서는 고어맨이 말년에 한 증언이 초기의 증언과 조금 차이가 있다는 점을 미심쩍게 생각합니다. 고어맨의 회고록이 좀 부정확한 점도 비판을 받습니다. 그는 노년에 노르망디 전역 당시 제503중전차대대 3중대에서 소대장으로 있었던 로젠(Richard Freiherr von Rosen)을 만나 이때의 전투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고어맨의 회고록에는 부대명 부터 틀려있습니다. 503중전차대대를 제204중전차대대라고 쓰고 있는 것이죠.4) 노년에 기억력이 감퇴해서 이런 착오가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나 고어맨의 증언에 의문을 표하는 측에서는 이런 오류를 지적하기도 합니다. 물론 타이젠도 자신이 탔던 전차의 차량번호를 잘못 기억하는 등의 오류가 있습니다.5) 두 사람의 증언을 검증할 수 있는 자료가 좀 더 있으면 결론을 보다 확실히 내릴 수 있겠죠. 
 
대립하는 두가지의 주장이 있는데 고어맨 쪽은 최소 두대의 전차에 탄 승무원들이 증언을 해 주었고 훈장 수여 심사에서도 이것을 받아들였다는 점이 유리합니다. 반면 타이젠의 증언도 논리적이고 무엇보다 독일군의 대전차포 배치현황 등 그의 증언을 뒷받침할 정황 증거도 있습니다. 일단 저는 약간 유보적인 입장에서 고어맨의 주장을 지지하는 쪽인데 122호 전차의 피격 상태를 자세히 분석한 보고서만 하나 있어도 이렇게 헷갈리지는 않을 듯 싶습니다.

 
 
1) Stephen Napier, The Armored Campaign in Normandy, June~August 1944, (Casemate, 2015), p.221.
2) Ian Daglish, Operation Goodwood(Pen and Sword, 2004), pp.163~166.
3) John Gorman, The Times of My Life(Pen and Sword, 2003), pp.38~40.
4) John Gorman, Ibid., p.51.
5) Franz-Wilhelm Lochmann(Hrsg.), Erinnerung an die Tiger-Abteilung 503 - Die schwere Panzerabteilung 503 an den Brennpunkten der Front in Ost und West(Verlaghaus Würzburg - Flechsig). p.426.
 
 

2018년 1월 13일 토요일

[번역글] 지금이라도 대북 선제타격을 해야 한다

생각난 김에 대북선제공격을 지지하는 칼럼을 하나 더 번역해 봅니다.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론은 대부분 한국이 희생되더라도 미국이 직접 타격을 받는 위협에 처하기 전에 행동을 해야 한다는 논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작년 12월 미해군사관학교 기관지 Proceedings에 실린 미해군 예비역 대령 애덤스의 글도 이런 논리를 바탕에 깔고 있습니다. 애덤스는 현역시절 SSN-763, SSGN-729B의 함장을 지냈으며, 7함대 사령부에서 작전기획을 담당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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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앨런 애덤스

북한이 핵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능력은 날이 갈 수록 강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미국을 시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i) 그는 과거 북한의 도발에 대해 화염과 분노라는 말로 경고한 바 있었기에 한국 국회에서의 연설은 많은 외교정책 관계자들을 불안하게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으로 인해 미국이 북한에 대해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선제 공격을 준비한다는 견해가 확산되고 있다.ii) 하지만 북한의 적대 행위를 미리 막지 못한다면 그 결과도 파괴적이기는 마찬가지다.


합리적인 행위자가 있어야 억제가 가능하다

많은 군 수뇌부와 외교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iii) 이들은 미국의 대북군사행동이 한반도에 파멸적인 전쟁을 불러오고 중국과의 군사적 대립을 격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내세우는 대안은 미국 정부가 중국으로 하여금 오랜 동맹국인 북한을 자제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라는 것이다. 외교적 노력이 실패할 경우 합리적인 대안은 미국이 소련에 대해 했던 것 처럼 억제 정책을 쓰라고 주장한다. 이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의 핵폭탄에 위협을 받으며 살아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을 억제할 수 있느냐는 핵심적인 문제지만 아무도 그 답을 모른다. 문제는 미국이 외교적 해법을 고수해야 한다고 하는 전문가들이 김정은이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iv) 이들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억제에 대한 정치학 이론의 기반을 잊어버린 모양이다. 저명한 하버드대의 교수 그레이엄 앨리슨은 결정의 엣센스(Essence of Decision)라는 저서에서 억제 전략이 성공하려면 합리적인 정책 결정자들이 존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앨리슨의 이론은 항상 옳았다. 미국의 대북정책의 성패여부는 거의 전적으로 북한 정권의 합리성 여부에 달려있다.

외교적 해결책을 통해 북한의 적대 행위를 억제하자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북한 정부가 비이성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앨리슨과 다른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합리적이라고 하지만 이 또한 모순적이다.v) 앨리슨은 만약 북한에 국지적인 타격을 가할 경우 김정은은 즉히 한반도에서 자살적인 전쟁을 감행할 것이라고 주장한다미국에게 군사적으로 맞서는건 합리적인 대응이 아니다.

사실 김정은이 정신나간 뚱보 꼬마’vi)인지 아니면 북한 지배집단이 생각하는 북한의 국익을 위해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행위자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이 둘 사이의 차이는 결정적이다. 김정은이 어떤 인간인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북한의 도발 행위의 본질을 파악하려면 북한에 대해 국지적인 군사행동을 취한 뒤 그 대응 방식을 보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북한이 도발을 반복하지 못하게 하자

지난 수십년간 북한의 도발에 대해 약한 반응만 했기 때문에 북한이라는 수수께끼를 이해하는게 갈수록 어려워졌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외교 및 경제적인 채찍과 당근으로 대응하는 동안 북한 정권은 갈수록 공격적이 되었다. 북한을 국지적으로 타격한다면 북한의 핵 개발을 방해하는 한편 북한의 적대 행위에 대한 미국의 인내심이 어디까지 인지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1953년 휴전협정 체결이래 북한의 도발은 비슷한 방식으로 되풀이 되어왔다.

-진정성 없는 우호적인 제스쳐를 취함
-국제사회는 북한의 표리부동한 제스쳐를 거부함
-북한이 격렬하고 호전적인 위협을 함
-북한이 국지적으로 군사적 적대 행위를 함
-국제사회의 분노가 가라앉고 나면(간혹 국제사회가 북한에 양보할 때도 있음) 같은 방식으로 다시 도발을 계속함

최근 몇년새 북한의 도발 주기는 짧아졌으며 도발 행위도 더욱 호전적이되었다.(한국 해군 초계함 천안함 격침,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은 어떠한 도발을 하건 간에 미국이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하고 있다. 북한이 포격과 핵실험 같이 국지적인 적대행위를 한 뒤 호전적인 언동을 내뱉는 행동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은, 북한 정권이 미국의 예방 공격을 막으면서 내부적으로 반미감정을 선동해 정권의 내적 정당성을 확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호전적인 행동은 합리적일 뿐 아니라 효율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북한은 미국이 군사 행동을 취할 경우 한반도에 전면전이 발발한다는 신화를 계속 퍼트리면서 미국의 행동을 저지하는 한편 핵폭탄과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왔다.

이제 미국은 그 방법이 합리적이건 아니건 간에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을 중단시킬 전략을 짜야 한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북한 정권이 이런 저런 지연 전술을 통해 시간을 벌고 이를 통해 그들의 오랜 염원을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vii)

키신저도 다른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중국을 통한 문제 해결을 추구한다. 유감스럽게도 중국은 북한을 억제할 생각이 없거나 또는 그럴 능력이 없는 듯 하다. 또한 중국은 미국과 북한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후원을 그만둘 의도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을 국지적으로 타격할 경우 중국이 미국과 전쟁을 할 것이라고도 볼 수 없다.

앨리슨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북한을 공격할 경우 미국과 중국이 투키디데스의 덫에 걸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새롭게 부상하는 강국이 기존의 패권국을 몰아내기 위해 전쟁을 한다는 주장이다.viii) 하지만 중국은 매우 신중하며 미국과 군사적으로 대결할 능력이 없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미국이 북한을 국지적으로 타격한다고 해서 중국이 쓸데없이 과민반응을 해 위기를 자초할 가능성은 낮다.

중국이 북한의 적대 행위를 제지하지도 못하고 북한의 급속한 핵개발 및 미사일 개발을 막지도 못했다는 사실은 이제 외교적 노력이 소용없음을 보여준다. 북한이 도발할 때 마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상황만 악화되었다. 신중한 선제 타격을 감행해 최소한 부분적으로 나마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개발을 저지해야 할 시점이 왔다.


확전(Escalation)에서 긴장 완화(De-escalation)로의 이행

국지적인 타격은 북한의 특정한 도발에 초점을 맞춰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북한이 다음번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하려고 발사대에 올리는 순간 타격하면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선제타격을 감행하기 위해 동맹국, 특히 남한 및 일본과 신중하게 협의할 필요가 있다. 미리 준비한 전술 및 전략적인 계획에 따라 신중하게 선제타격을 감행한다면 확전을 막을 수 있다.

미국이 선제 타격을 감행할 경우 김정은도 마지못해 무력으로 대응할 생각을 할 수 있다. 김정은이 합리적이라면 선제 공격을 받아도 확전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확전을 하는 것은 불확실의 영역이다. 그러므로 북한이 사이버전을 펼치거나 2010년에 천안함을 격침했던 것 처럼 해상에서 적대행위를 취할 것에 대응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선제 타격과 함께 북한의 보복에 대한 대응책을 사전에 준비한다면 미국의 확전에서 긴장 완화로 이행하는전략이 성공할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다. 미국의 선제 공격에 대한 북한의 대응은 그것이 합리적이건 비합리적이건 간에 미국과 동맹국이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취할 정책에 영향을 줄 것이다.

미국이 핵무장을 한 북한과 공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국지적인 타격을 지지해야 한다. 그들의 주장대로 김정은을 억제할 수 있다면 김정은은 미국의 공격으로 사상자가 발생하더라도 자신의 귀중한 정권을 지키는 쪽을 택할것이다. 북한이 국지적인 선제타격에 대응해 서울을 포격하고 전면전을 일으킬 정도로 비합리적이라면 차라리 때가 늦기 전에 공격하는 쪽이 낫다. 가까운 장래에 북한이 호놀눌루, 도쿄, 투먼을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로 무장하고 나서 전쟁을 하는 것 보다는 전장을 한반도로 국한할 수 있는 지금 전쟁을 하는게 덜 위험하지 않겠는가.


[i] Kevin Liptak, “Trump Tell North Korea: ‘Do Not Try Us,’” CNN Politics, 8 November 2017,www.cnn.com/2017/11/07/politics/president-donald-trump-south-korean-addr...
[ii] Sara Malm, “NATO Warns of ‘Devastating Consequences’ if Trump Carries Out a Military Intervention in North Korea,” 13 October 2017, DailyMail, www.dailymail.co.uk/news/article-4977850/NATO-warns-devastating-consequences-war-Korea.html
[iii] CDR George Capen, U.S. Navy (Ret.), “The United States Should Not Punch First in Korea,”Proceedings Today , 12 September 2017, www.usni.org/magazines/proceedings/2017-09/united-states-should-not-punc... .
[iv] Sandy Fitzgerald, “Former Joint Chiefs Mullen: Trump Rhetoric Limiting Options,” NewsMax, 13 August 2017, www.newsmax.com/Politics/muellen-trump-rhetoric-limits/2017/08/13/id/807... .
[v] Graham Allison, “Thinking the Unthinkable with North Korea,” The New York Times , 30 May 2017,www.nytimes.com/2017/05/30/opinion/north-korea-nuclear-crisis-donald-tru... .
[vi] Mallory Shelbourne, “McCain Calls North Korean Leader a ‘Crazy, Fat Kid,'” The Hill, 22 March 2017, thehill.com/blogs/blog-briefing-room/325338-mccain-calls-north-korean-leader-a-crazy-fat-kid.
[vii] Henry A. Kissinger, “How to Resolve North Korea,” The Wall Street Journal , 11 August 2017,www.wsj.com/articles/how-to-resolve-the-north-korea-crisis-1502489292 .
[viii] Graham Allison, “Can North Korea Drag the U.S. and China into War?” The Atlantic , 11 September 2017, www.theatlantic.com/international/archive/2017/09/north-korea-us-china/5... .

2018년 1월 11일 목요일

[번역글] 북한을 폭격할 때가 아니다

얼마전 올린 에드워드 러트웍의 기고문에 대한 반론이 여기 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러트웍의 글이 실렸던 포린 폴리시에 올라온 루벤 갈레고(Ruben Gallego)와 테드 루(Ted Lieu)의 반론을 소개합니다.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두고 미국 내에서 많은 논쟁이 이뤄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상황 자체가 상당히 위협적이라고 봅니다. 미국내의 논쟁이 가능한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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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 갈레고, 테드 루
 
에드워드 러트웍은 얼마전 포린 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핵을 보유한 북한과의 전쟁을 지지했다. 이건 잘못된 생각이다. 북한을 공격한다면 미국의 이익을 훼손하고 미국의 우방을 심각한 위험에 빠트릴 것이다.
 
우리만의 생각이 아니다. 작년 가을 우리는 국방부에 북한을 공격할 경우 발생할 위험성에 대한 평가를 요청했다. 국방부는 김정은이 보유한 핵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지상군을 투입해야만 하고 인구 25백만명의 한국 수도권이 북한의 포병, 방사포, 탄도미사일의 사거리에 있다는 점을 덧붙였다. 이정도의 설명이 불충분하다면 의회조사국의 평가도 있다. 이에 따르면 전쟁이 시작될 경우 개전 초반에만 3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고 한다.
 
북한의 핵 시설을 타격하려 한다면 김정은은 고전적인 핵을 쓰지 않으면 지는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김정은도 핵 보복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수천문의 방사포와 야포 등의 재래식 수단을 동원해 수만명의 미국인, 일본인, 한국 민간인과 연합군을 죽일 수 있다. 김정은이 어떻게 행동하건 간에 우리는 말 뿐인 승리를 얻는데 그칠 것이고 실질적으로는 패배한 것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핵 억지를 위한 여러가지 방법 중 진짜로 승리하는 것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러트웍은 서울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지하철역 등을 보강하자고 주장한다. 그는 대피소를 아무리 강화해 봐야 서울 시가지가 파괴되는걸 막지 못함을 모르는 모양이다. 대피소가 서울 시민은 물론 서울에 거주하는 미국인과 다른 국가 사람들로 북적이게 될 거라는 점도 생각을 않는 듯 하다. 재래식 전쟁이 시작되자 마자 서울이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는 점도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확전 상황으로 치닫는다면 중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정부는 한반도의 평화는 물론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의 사이에 완충지대를 유지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중국이 국익을 수호하기 위해 개입하도록 하는 짓은 현명하지 못하다.
 
우리는 북한을 군사적으로 타격하기 보다는 비군사적 수단을 사용하는 쪽이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는 이미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한 협상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위험한 정책과 선을 그었다. 이렇게 긴장을 완화하는 방식을 가능한 확대해 나가야 한다.
 
비군사적으로 성과를 거두려면 김정은 정권의 돈줄, 석유 공급원, 밀수 루트를 끊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합리적인 미국 외교관과 공무원들을 지원하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 북한 집권세력을 위해 돈세탁을 해 주는 중국 은행들을 공개해서 망신을 주고, 이들이 미국의 제재조치를 위반했다고 지명해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축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과 중국의 사이를 갈라놓는다면 김정은 정권도 그들의 목적 달성이 어려워 진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보다 중요한 일은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의 국방력을 강화해 김정은 정권에 맞서 통일된 국제 전선을 형성하는 것이다. 우리의 동맹국들이 강력해야만 제재조치가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국제적인 공조 체제를 만드는 것이야 말로 진짜 외교적인 수완이 필요하다. 트럼프 정권은 아직 이에 필요한 외교적 수완을 보여주지 못했다.
 
핵심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경우 불과 수일 만에 수십만명이 사망할 것이고, 전쟁이 끝날때 즈음에는 희생자가 수백만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의 우리 동맹국들을 고려해야 하며 미군은 북한 핵문제에 있어 보다 현명하고 신중한 접근 방법을 취해야 한다.

2018년 1월 10일 수요일

신속한 지뢰 제거 방법 - 2



"주코프가 설명해 준 소련군의 지뢰지대 돌파 방법은 꽤 인상적이었다. 적의 사격을 받으며 지뢰 지대를 돌파하려면 많은 희생을 감수하고 시간을 소모해야 했다. 우리의 기술자들은 지뢰 지대를 안전하게 개척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장비를 개발했지만, 지뢰 지대를 돌파하는 데는 항상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주코프 원수는 소련군의 지뢰 지대 돌파 방법을 설명해 줬다. '지뢰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대인지뢰와 대전차지뢰죠. 소련군은 지뢰 지대를 마주치면 그냥 돌격합니다. 독일군이 지뢰지대 대신 강력한 부대를 투입해 방어할 경우와 비교해 보면 대인지뢰로 인한 인명피해는 적의 기관총이나 포격에 입는 인명피해와 비슷할 겁니다. 보병들이 공격하다가 대전차지뢰를 밟아도 폭발하지는 않으니까 보병들이 지뢰지대를 돌파해 교두보를 구축한 다음에 공병을 투입해 차량이 지나갈 수 있도록 대전차지뢰를 해체하는 겁니다.'
Dwight D. Eisenhower, Crusade in Europe (William Heinemann Ltd, 1949), pp.510~511

2018년 1월 9일 화요일

[번역글] 이제 북한을 폭격할 때가 됐다

포린 폴리시에 에드워드 러트웍(Edward N. Luttwak)의 기고문이 올라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양반이 쓴 로마와 동로마의 안보전략 연구를 재미있게 읽었는지라 흥미가 동하더군요. 최근들어 북한을 폭격하자는 글이 여기 저기서 나오고 있는데 러트웍의 글은 한국을 맹렬히 비난하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라서 한번 번역해 봤습니다. 미국 보수파들의 한국에 대한 불신을 보여주는 일면이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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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러트웍
 
이번주에 있을 남북회담의 결과는 뻔하다. 한국 정부는 과거의 회담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고약한 행동에 대해 돈을 퍼주는 식으로 유엔의 대북 제재를 무력화 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은 핵탄두를 장착한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확보한다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갈 것이다. 북한은 이미 200610, 20095, 20132, 20161, 20169, 20179월에 핵실험을 감행했다. 미국은 이때 이스라엘이 1981년 이라크에, 2007년 시리아에 취했던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즉 대량살상무기를 비롯한 일체의 무력을 가져서는 안되는 정권이 핵무기를 가지지 못하도록 재래식 무기로 정밀 타격을 했어야 했다. 다행히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를 공격해 파괴할 시간이 있다.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거부하지 말고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물론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에 대한 반론도 근거는 있다. 하지만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대부분의 반론은 그 근거가 과장되어 있다.
 
첫 번째 반론은 북한의 보복에 대한 우려이다.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이미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보유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건 과장됐을 가능성이 높으며 미국이 당장 선제타격을 한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일이다. 북한이 처음 생산한 핵탄두는 그들이 201793일 시험발사한 미사일에 탑재할 만큼 소형화되지 않았다. 또 북한은 20171128일에야 처음으로 제대로 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하는데 그쳤다. 만약 북한이 가까운 장래에 몇 푼 안되는 예산으로 엄청난 기술적 진보를 이룩해 핵탄두를 탑재한 탄도미사일을 생산 배치하게 된다면 북한의 공학 수준은 그야말로 전례없는 엄청난 수준이라 하겠다. 북한은 아직 핵탄두를 미사일에 탑재해 운용할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
 
물론 북한은 공격을 받을 경우 재래식 방사포를 가지고 휴전선에서 35마일 떨어진 인구 2천만명의 한국 수도권에 보복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 미국 군부는 북한을 공격할 수 없는 이유로 한국인들이 불바다를 두려워하는 점을 들어왔다. 하지만 한국의 수도권이 취약하다는 점이 미국의 정책을 방해해서는 안된다. 사실 이건 대부분 한국인들이 자초한 일이 아닌가?
 
40년전 지미 카터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철수한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결국 1개 사단이 잔류하게 됐지만) 본인을 포함한 안보 보좌관들은 한국 정부에 정부 기관을 휴전선에서 가까운 서울에서 철수 시키고 민간 기업들에게 많은 인센티브를 줘서 이전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스위스의 예를 본받아 충분한 대피소를 건설하고 새로 건물을 지을 때는 대피소를 함께 짓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포격이 가해질때 대부분의 사상자는 집을 떠나 대피소를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최근 수년간 한국 정부는 거주지역에 대한 북한의 방사포 공격을 95%이상 요격할 수 있는, 이스라엘과 미국에서 생산 중인 아이언 돔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도입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40년 동안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서울 지역에 있는 3,257개소의 대피소는 지하 쇼핑몰, 지하철역, 호텔의 주차장에 불과하고 여기에는 식량이나 식수, 의약품과 방독면이 비축되어 있지 않다. 한국인들은 아이언 돔을 도입하는 대신 일본을 겨냥한 무기를 개발하는데 돈을 썼다.
 
지금이라도 충격 완화를 위한 조치를 취한다면 사상자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모든 건물의 지하실을 잭, 버팀목, 철제 빔으로 보강하고, 3,257개소의 공식 대피소에 필수품을 비축하고 표지판도 눈에 더 잘 띄게 만들어야 한다. 이왕이면 전쟁이 터지기 전에 최대한 많은 사람을 수도권에서 이동시키는 쪽이 좋다.(수도권의 인구 2천만명, 혹은 직접적으로 위협을 받는 사람들이 지금 보다 20마일만 남쪽에 거주해도 위협이 격감한다.) 미국은 북한을 공습할 것에 대비해 강력한 대포병 사격능력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지난 수십년간 한국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한국의 수도권이 피해를 입는다고 해서 미국과 다른 동맹국들의 국익에 해를 끼치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북한은 이미 미사일을 활발히 수출하고 있으며, 특히 이란에 많은 양의 미사일을 팔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수출하지 않는다는 법이 있는가?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실행하는게 어렵다는 또다른 주장은 설득력이 더 떨어진다. 북한의 핵시설을 파괴하려면 수천 소티 이상의 폭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져있거나 추정되는 북한의 핵시설을 모두 합쳐봐야 몇개 되지 않으며 상당수는 소규모 시설에 불과하다. 정상적인 군사 작전계획이라면 이정도 시설을 타격하는데 수천 소티 이상의 폭격을 할당하지 않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미국 군부는 여러 차례 합리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여왔다. 미국 공군은 단 한차례의 폭격은 반대하면서 대안으로 적 방공망의 완전한 제압을 주장해왔다. 문제가 되는 목표만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가 되는 국가의 모든 방공 레이더, 지대공 미사일, 비행장, 전투기를 파괴해 미군 조종사들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기괴한 주장이다. 북한이 보유한 레이더, 미사일, 비행기는 한심할 정도로 노후화되어 있다. 북한의 골동품에 대한 대응책은 수십년 전에 만들어졌다. 미국 공군의 주장은 단지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대는 핑계에 불과하다. 제한적인 공습을 할 경우 손수레 한 두개 정도는 파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 이동식 발사대에 탑재된 핵미사일이 없다.
 
북한에 대한 폭격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이유 중 그나마 합리적인 것은 중국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미국에 맞서 전쟁에 개입할 가능성 때문은 아니다. 중국이 북한을 항상 감싸고 돈다는 주장은 이미 유효하지 않다. 물론 중국은 북한이 멸망해 미군이 압록강의 국경지대로 밀고 들어올 가능성은 반기지 않는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은 가장 강력한 경제 제재를 지지했다. 제재조치에는 사실상의 석유 금수가 들어있는데 이것은 전쟁 상태에서 취하는 행동이나 마찬가지이다. 북핵 문제에 있어서는 중국의 입장이 변화했다.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을 폭격할 때 중국이 북한을 지원해 참전한다는 주장은 귀담아 들을 가치도 없다.
 
중국의 입장 변화로 미국이 북한을 폭격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하나 늘었다. 북한의 핵무기 획득은 매우 위험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북한이 중국의 영향력으로 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이 북한을 폭격하면 북한 정권은 무너지고 북한은 중국의 속국이 된다는 예측이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한국에 대한 영향력도 강화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일부 한국 정치인들은 미국 의 후원을 받는 것 보다 중국을 선호한다는 주장이 있다. 중국이 한반도를 장악하면 일본의 안보는 취약해 지고 미국의 태평양 패권도 약화될 것이다. 이론상 북한이 미국의 공격을 받아 혼란에 빠지면 한반도를 통일하고 미국은 주한미군을 북진시키는 대신 훨씬 남쪽으로 이동시켜 중국의 우려를 잠재우면 된다. 하지만 이런 계획을 실행하기는 어렵다. 특히 한국 정부와 국민은 서독이 동독에 대해 취했던 것 처럼 가난한 북한인들과 경제적 부를 나눌 생각이 없다.
 
현재 미국 군부는 선제 타격이라는 옵션을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이 운용 단계에 이르기 전에 미국이 행동을 취한다면 세계를 북한의 핵 위협으로 부터 구할 수 있다.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이 핵무기를 보유했지만 재앙을 초래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북한과 달리 안정적이라는 점을 증명했다. 인도나 이스라엘, 파키스탄 외교관들은 마약을 팔거나 위조 지폐를 유통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들 국가는 많은 위기 상황을 겪었고 전쟁까지 치렀지만 김정은 처럼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공언하지도 않았다. 북한은 이들과 다르다. 미국은 더 늦기 전에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