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21일 금요일

독일어 군사용어에 관한 잡담


 외국어의 개념을 한국어로 옮긴다는건 꽤 골치아픈 문제입니다. 외국어 단어는 그 단어가 사용되는 사회의 역사적-문화적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다른 언어로 옮길때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꽤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아는 분과 독일어 군사용어에 관해 이야기를 하다가 이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예를들어 저는 Landwehr를 그대로 직역해서 '향토방위대'라는 단어로 옮겼는데 진중근 중령님은 『독일군의 신화와 진실』에서 이것을 '지방군'으로 옮기셨습니다. '지방군'으로 옮기는 쪽이 영미권의 민병대로 부터 영향을 받은 Landwehr의 성격을 보여주는데 적합합니다. 문제는 Landwehr를 '지방군'으로 옮길경우 Landsturm을 어떻게 옮겨야 할 지 마땅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는 겁니다. 잘 아시겠지만 프로이센의 병역법에서는 현역을 보조할 예비군으로서 Landwehr와 Landsturm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Landsturm은 2차대전 시기의 '국민돌격대'와도 이어지게 되지요. 그래서 저는 일단 Landwehr는 '향토방위대'로, Landsturm은 '향토돌격대'로 옮겼습니다. 아마도 당분간 저는 계속해서 이 용어를 사용할 것 같습니다.

 현재 독일 연방군이 사용하는 용어는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에서 한국어로 옮긴 것이 있습니다만, 2차대전과 그 이전의 과거에 사용되던 역사적인 군사용어 중에는 우리말 번역이 까다로운 것 들이 많습니다. 독일어 사전에서 제대로 다루고 있지도 못하고요. 군사번역을 하는 다른 분들과 번역자들이 공유해서 사용할 수 있는 용어집을 만들어 보자는 이야기를 가끔 하긴 합니다만 아직까지 제대로 추진하고 있질 못 합니다. 뭐, 저도 번역이 본업은 아니니까요. 군사용어 위키를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하신 분도 계신데, 만약 실행할 수만 있다면 이게 가장 좋은 방안이 될 것 같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