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16일 금요일

영화 "마이웨이"에 관한 잡담 하나

강제규 감독의 신작 “마이웨이”는 제작을 시작한다는 보도가 나올 때 부터 꽤 관심을 가졌던 영화입니다. “태극기 휘날리며”도 그럭 저럭 나쁘지 않게 본 기억이 있어서인지 관련된 내용이 조금씩 공개될 때 마다 재미있겠다는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시사회가 끝나고 난 뒤 나오는 평들이 우호적이지가 않군요.

그런데 영화평들을 찾아 보던 중 영화 평론가 듀나가 쓴 평을 읽게 되었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 평에 대해 뭐라 이야기할 단계는 아닙니다만 재미있는 구절이 하나 눈에 들어오더군요. 일부를 인용해 보겠습니다.

강제규의 [마이웨이]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직후 미군의 심문을 받는 동양인 사진 한 장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스티븐 앰브로스의 책 [디-데이]에 실린 이 사진의 설명에 따르면 독일 군복을 입은 이 동양인 포로는 자신이 '코리언'이라고 밝혔다죠.

듀나의 영화 낙서판 - 마이웨이

여기서 말하는 사진은 바로 유명한 아래의 사진입니다.



그런데 제가 가지고 있는 스티븐 앰브로즈의 D-Day(1994년에 출간된 페이퍼백판)에는 동양인 포로의 사진이나 이에 대한 설명이 실려있지 않습니다. 이 책에는 브루어 중위가 독일 군복을 입은 동양인 포로들을 생포했고 이들을 심문한 결과 ‘코리안’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내용이 짤막하게 나올 뿐이지요.(D-Day의 다른 판본은 어떤지 모르겠군요. 혹시라도 다른 판본에 그 동양인의 사진과 조선인이라는 설명이 있다면 알려주십시오.)

이미 많은 분들이 읽어보셨겠지만 해당 내용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독일이 1943년 쿠르스크에서 패배한 이후 이른바 동방대대는 갈수록 신뢰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때문에 이 부대들은 독일인으로 이루어진 부대를 대신해 프랑스로 보내졌다. 제101공수사단 506강하연대의 로버트 브루어Robert Brewer중 위는 침공 당일 유타라고 명명된 해변에서 독일군복을 입은 네 명의 동양인을 생포했다. 이들과 의사소통이 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이들은 조선인으로 드러났다. 어떻게 해서 조선인들이 히틀러를 위하여 미군에 맞서 프랑스를 방어하는 싸움에 참여하게 된 것인가? 이들은 1938년 당시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였던 때 일본군에 징집되었다가 1939년 국경지대의 전투에서 붉은군대에 생포되었고, 붉은군대에 강제로 편입된 뒤에는 1941년 12월 모스크바 근교에서 독일 국방군에 포로가 된 뒤 독일군에 강제로 편입되어 프랑스로 보내진 것으로 생각되었다.(브루어 중위는 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떠올리지 못 했으나 아마 조선으로 되돌아간 듯 싶다고 했다. 만약 그렇게 되었다믄 이들은 다시 한번 남한이나 북한중 어느 한쪽에 징집되었을 것이 확실하다. 이들이 한반도의 어느쪽에 속했느냐에 따라 1950년에 미국에 대항해서 건 혹은 미군과 함께 건 다시 한번 싸움을 하게 되었을 가능이 있다. 이것은 20세기 정치의 예측 불가능한 측면이 아닐 수 없다.) 1944년 6월 경에는 서부전선의 독일군 소총병 여섯 명 중 한 명이 동방대대 소속이었다.

Stephen E. Ambrose, D-Day June 6, 1944 : The Climactic Battle of World War II, (Touchstone Book, 1994), p.34

인터넷 상에 노르망디의 조선인이라고 해서 널리 퍼진 이 사진에 언제부터 ‘조선인’이라는 설명이 붙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앰브로즈의 책에서 나온 설명은 아니라고 봐야 합니다. 앰브로즈의 책에 나온 서술을 이 사진에 달아놓은 것을 보긴 했는데 어쩌면 이것이 발단인지도 모르겠군요.

 

“마이웨이”의 영화 홍보도 정체가 불분명한 동양인의 사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보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군요. 홍보하는 것을 보면 제작진도 상당한 자료를 준비했을 것이고 D-Day는 당연히 읽었을텐데 왜 그런 방향으로 홍보를 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물론 영화 홍보에서 “스티븐 앰브로즈의 책에서 어쩌구” 하는 것 보다는 한 장의 사진을 제시하는게 시각적으로 더 효과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긴 합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 사진에 실린 인물이 어느 민족에 속하는지 확실히 알 방법이 없습니다. 실체가 불확실한 사진을 중심으로 한 홍보가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계속 재생산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한편으로는 텍스트가 지나치게 홀대 받는다는 느낌이 들어 섭섭하군요.

댓글 14개:

  1. 좌경학생10:03 오후

    그럼 조선인 포로가 잡힌건 사실이라고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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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앰브로즈의 책에 달린 각주를 보면 출처가 브루어와 인터뷰한 녹취록이던데. 솔직히 궁금한건 왜 앰브로즈가 101사단 G-2라던가 다른 포로심문 기록을 확인하지 않았는가야.

      조선인 포로가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좀 신중할 필요가 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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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좌경학생10:05 오후

    근데 저게 장동건이냐? ㅋㅋ 장동건을 노르망디 바닷물에 빠뜨려서 종전때까지 절이면 저렇게 되었을지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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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영화를 안봐서 모르겠는데 예고편만 보면 오다기리 죠가 살아남아서 포로가 되는 것 같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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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준님9:46 오전

    1. 앰브로즈 영감은 사실 조선인 포로의 정체는 자기 책에서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봤으니까 더 이상 추적은 안 했을겁니다. 그 구절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당연히 저희 같은 한국인들이지요. ㅋ 어차피 이 사람의 역정 부분도 대부분 근거없는 추정으로 끌고 나가고 있었으니까요.

    2. 개인적으로 유타해안의 조선인 이야기는 앰브로스의 "시티즌 솔져스"에서 처음 읽었습니다. 디 데이를 제가 나중에 구했기 때문에 --;; 시티즌 솔저에서도 잠깐 언급되었고 첨 읽어본 디 데이 하드커버판에도 사진은 전혀 없고, 제가 가지고 있은 문고판(어린양님께서 가지고 계신판)에도 없지요. 말씀대로 저 이야기와 노르망디에서 잡힌 동양계 병사 사진중에 아무거나 구한 것을 같이 넣어서 인터넷에서 퍼진 거라고 보면 됩니다.

    3. 저런 류의 사진 퍼지기는 의외로 많죠. MBC의 마루타 사기극에서 보듯이 성인영화 흑태양 731이나 남경대학살(...)이나 타사(이 영화는 사실 일제 만행영화가 아닙니다.)의 장면이 일본의 만행 장면으로 소개되는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는 일본 전시 선전 사진인 "인도네시아 독립투사를 석방하는 황군"이나 홀로코스트 장면에서 "벌거벗은 여자들이 줄지어 서 있는 사진"이 각각 "마루타 실험중인 사진"내지는 "위안부 이송사진"으로 국내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역시 MBC가 재대로 사기당한 "작두처형 사건"의 흑역사도 마찬가지이구요.

    문제는 이런류의 텍스트 홀대+ 아무 사진 넣어서 이야기 꾸미기는 말 그대로 반대세력에게 이용된다는 점이지요. 일본의 남경부정론자들이 주장하는 헛소리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0.00001% 정도는 이런류의 "아무 사진 넣기"때문에 오히려 역으로 빌미가 잡히는 경우가 그런겁니다. 남경학살 부정론자들의 말은 일언반구의 가치도 없습니다만 그런 일때문에 오히려 역이용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더군요

    4. 당장 저 사진과 함께 저 사진의 주인공은 양경종임 ㅇㅇ 이라는 인터넷 주장(조금만 상식을 가져도 낚시인)을 보면 역설적으로 조롱당하기 딱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실지로 중국쪽 인터넷에서는 저 사진과 양경종설을 부정하고 중국계라고 못박고 있으니까요 ㅋ

    덧: 저런류의 인터넷 개그중에 좀 유명한게  DJ의 군복무 관련 사진이라는 거지요. 누가 놀려먹으려고 "목포 해상방위대에서 활약한 슨상님"류의 사진으로 "해군장교 복장을 한 DJ가 아이오와 급 전함 주포 발사시 지휘"하는 걸 합성해서 올렸는데 일부에 DJ쪽 네티즌들이 "이게 바로 김영삼과 달리 DJ가 한국전쟁에서 목숨을 걸고 군복무를 한 확실한 증거"라고 흥분해서 추켜세우는 걸 보고 정말로 황당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심지어 "저거 가짜임. 놀려먹으려고 누가 만든 것임"이라고 해도  오히려 수꼴로 몰던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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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 아무래도 그렇겠군요. 동방대대가 대략 어떤 부대인지 설명하기 위해서 소개한 에피소드에 불과하니 말입니다.

      2. 아. 하드커버판에도 역시 없군요. 확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3. 홀로코스트 기록사진이 위안부로 둔갑한 이야기는 처음 들었습니다. 정말 MBC는 가지가지 하는군요;;;;

      4. 양경종 어쩌고는 영어로 번역되어 퍼지고 있더군요. 황당한 일입니다. 중국인일 가능성도 있는게 화교집단은 이미 1차대전 때 부터 러시아군으로 참전했고 2차대전 당시에도 제법 참전하지 않았습니까. 양경종 보다야 백억배는 신뢰할 수 있겠습니다.

      덤으로, 해상방위대는 상당히 구린 집단인데 DJ지지자들은 그런데 복무한게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자랑인지 모르겠군요. 1951년에 각도의 해상방위대가 해체된 경위를 알면 그런 멍청한 짓은 못할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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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niMishel11:18 오후

    이준님님 / 덧 / 세상에... DJ 밖에 모르는 바보들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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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自重自愛11:49 오후

    1. <마이 웨이> 카피 문구를 보셨습니까? "한장의 사진에서 시작된 감동실화"랩니다. "감동실화". 뭐가 "실화"인지도 모르겠고 뭐가 "감동"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_-^

    2. 장동건이 아닌 이범수가 주연이었다면 흑백사진 속의 주인공과 그나마 닮았다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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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 봤음. 픽션이 실화인 척을 하니 얼척이 없던데. 그래도 공짜표가 있으니 보긴 할 생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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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niMishel11:56 오후

    그거 혹시 이거 아닙니까

    http://cfs15.tistory.com/image/16/tistory/2009/11/16/21/51/4b014aed0296d

    어떻게 저런 바보같은 조크 짤방에 그렇게 허무맹랑한 애정과시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아 제가 다 민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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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위장효과1:30 오후

     고려인-중앙아시아로 강주 이주 당한 연해주 거주 조선인들-일 가능성도 있는데 뭔가 광고부터 산으로 가는 느낌입니다.

    그런 고려인들이 얼마나 징집되었는지 정보도 있으면 괜찮을 성 싶은데 말이죠.

    사실 영화 트레일러 보고서 제일 먼저 떠오른 게 고바야시 화백의 "해피 타이거"였으니 저도 참 막장은 막장입니다...OTL(다른분들처럼 스티븐 앰브로즈 책같은 건 생각도 못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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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선인이라면 역시 중앙아시아에 거주하던 고려인일 가능성이 가장 높겠지요. 실제로 소련군으로 참전한이들도 다수이고 포로가 된 사람도 있었다고 하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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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거액의 돈과 상당한 시간에 타국의 유명 배우까지 섭외해서 영화를 만들다니 사진 한장이 불러온 설레발(?)치고는 참 거대한 것 같습니다.(물론 만들어질 영화의 완성도는 백만번째로 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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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재 자체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면이 있어 꽤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뭘 뽑아내느냐가 문제겠지요. 이번주에 한번 볼 생각인데 어느정도로 뽑혔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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